살며 생각하며
소한재의 가을 풍경
소한재
2005. 11. 5. 13:26
살아있는 동물 화석은 바퀴벌레고 살아있는 식물 화석은 은행나무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나무와 바퀴벌레는 모순의 천적 관계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지난 봄, 무던히도 내 속을 태우던 피라캰샤가 이렇게 탐스럽게 살아주었다. 고맙다.
남천에도 이렇게 예쁜 열매가 열렸다.
우리 집 뒷뜰의 감나무를 쳐다보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부르는 나의 시골집, 소한재. 지금 소한재에틑 가을이 지고있다.
촉촉하게 봄비 처럼 가을비가 내린다.
벽난로에 불 피우고 이야기만 하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