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월하정인

소한재 2005. 11. 16. 15:11

보름달이 떴다. 운동을 핑계로 아내와 동네 산책을 나갔다.

바람 때문에 제법 쌀쌀했지마는 두툼하게 입고 나간 덕에 전혀 춥지는 않았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꽤나 오랫동안 걸었다.

달빛에 골목이 훤하다. 생전 처음 와보는 골목이다.

아내와 손을 잡고 달빛 가득한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니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의 주인공이 된 듯 했다.

 

얼마 전에 새로 지은 최고급 빌라촌에도 들렸다.

저런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고급 자재, 넓은 정원, 여유있는 주차장, 완벽한 경비 시스템....

부럽기는 했지마는 탐나지는 않았다. 광주시내에서는 최고급 빌라라고 한다.

달빛이 폭포 처럼 쏟아지는 정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달구경 산책은 아파트 근처에 있는 노래방에서 휘나레를 장식했다.

아내와 둘이서 노래방에 온 것은 생전 처음이다. 실컷 노래를 불렀다.

허무한 마음, 불나비, 고향의 강... 수많은 18번이 불려나왔다.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반할 만큼 멋있었다고 아내가 말했다.

결혼한지 2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 애인처럼 느껴진다는 여자는

아마 이 여자 밖에 없을 것이다.

 

새벽 1시가 다되서야 돌아왔다. 기인 외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