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마당 가의 나무들 가지치기를 하다

소한재 2006. 2. 25. 02:47

세 식구가 소한재엘 갔다. 수도가 고장이 나 물이 나오지 않아서 우리 식구가 함께 시골집을 간 것은 꽤나 오랫만의 일이다. 마당가의 나무 가지들은 새싹이 트고 있었다. 산수유는 금방이라도 필 듯하다.

 

매화, 자두나무, 청단풍, 홍단풍, 수국, 장미, 배롱나무, 박태기 나무, 석류, 복숭아, 동백, 은행나무, 호랑가시나무, 목련, 산수유, 연필향, 피라캰샤, 남천, 연상홍, 무궁화, 감나무, 고염나무... 세어보니 가지 수는 제법 많다.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가지치기 방법도 잘 모르면서 마구 짤라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무참하다 싶을 만큼 과감하게 짤라버렸다. 손에 발에 수도 없이 가시에 찔렸다. 주목과 천리향은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

 

마당 가운데 그늘을 즐기기 위해 제법 큰 나무를 한 그루 심고 싶다. 기원이와 구덩이를 팠다. 일하는 요령을 모르니 기원이는 삽을 잡고 애걸복걸하는 듯 하다. 올 봄에는 철쭉, 벚나무, 배롱나무, 석류... 몇 그루를 더 심어야겠다. 마당 구석에 대나무도 좀 심었으면 좋겠고 사철나무 같은 생울타리를 위한 나무도 심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숱하게 죽이기도 했지마는 봄이 되면 나무 사다 심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근처 나주호로 산책을 나갔다. 호수가를 걷는 것은 늘 기분이 좋다. 언 땅이 풀려 발 아래 밟히는 흙의 느낌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안개처럼 비가 내리길래 집으로 돌아온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장작 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너무 아름다웠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방안에 연기가 차서 두번이나 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했다.

 

저녁에 돌아올 때 보니까 빗줄기가 제법 굵다. 마치 여름 비같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빛이 완연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