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받고 싶은 날! 화이트 데이
퇴근길에 빠리 바케트에 들러 쵸코렛을 사왔다.
가계 앞에도 <오늘은 사랑받고 싶은 날>이란 플랑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생각 보다 비쌌지만 받고 좋아할 애인(?) 생각을 하니
그녀가 생산해 낼 엔돌핀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고 목젓이 보이도록 한번 웃어만 주어도
백 배는 남는 장사라는 계산도 섯다.
친구의 우정도 쵸코파이 하나로 바꾸어 놓고
남편의 사랑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탁기 한 대로 바꿔놓는 천박한 상업주의와
사랑의 농도도 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쵸코렛의 양으로 가늠하고
우정의 두께도 빼빼로 데이에 받은 빼빼로 갯수로 판단하는
요즈음 사람들의 얄팍한 세태를 나는 늘 강단에 서서 비판해왔다.
그리고는 화이트 데이라고 쵸코렛을 사들고 오는 나의 모순을
질서정연하게 설명해낼 재간이 지금 내겐 없다.
"해피 화이트 데이, 마리아"
받아든 아내의 얼굴이 새로 갈아끼운 형광등 처럼 밝게 그리고 하얗게 빛났다.
깔깔대고 웃어대는 아내의 웃음 소리 때문에 꽃샘 추위 속에서도
집안이 조금 더 따뜻해 졌다.
나는 계산된 상업주의의 희생자인가? 수혜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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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보니 나의 수필, <복사꽃 피는 집을 꿈꾸며>가 실린
문학전문지 <서정시학>이 와있었다.
문학전문지에 내 글이 게재되기는 처음인지라 기분이 좋았다.
"문학지에 글이 실렸으니까 당신도 이제 수필가네"
아내의 실없는 농담도 음악처럼 듣기 좋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고료 받으면
아내에게 화사한 봄 옷이나 한벌 인심 써버릴까?
중국어로 아내는 愛人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