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의 미당시문학관
미당.. 말당....
벽의 담쟁이 덩굴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을의 들판
문학관 내부
시문학관 외부-1
시문학관 외부-2
가는 길가에 있는 삼호정 마루에 앉아...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인지 말당인지... 질마재 그의 고향집 옆에 있는 시문학관을 찾았다.
살아서 이 나라 최고의 문사로서 광영을 누리고
죽어서도 이렇게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번듯한 문학관이 세워지고...
이리보나 저리보다 축복 받은 인생임에는 틀림이 없다.
너른 들과 칠산바다 그리고 변산반도가 건너다 보이는
탁트이고 전망 좋은 곳이다.
내게 미당은 애증이 교차하는 시인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던 그의 시, <국화 옆에서>는
해마다 나의 가을을 얼마나 설레이게 했던가?
하지만 <고 은, 너마저도...>로 압축되는 그의 인생역정은
그의 시만큼 아름다운 것도 내 가슴 설레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문학관을 돌아보면서 우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부끄러운 친일시나 독재자 찬가 같은 걸
아름다운 그의 시들과 나란히 전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그 하나요
요즈음 우리나라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똑같이 느끼는 것 -
하드 웨어는 훌륭한데 그것에 걸맞은 소프트 웨어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이 거액을 들여 멋진 문학관을 준공하고나면
이 멋진 문학관을 유지보수할 예산 지원은 안되는 것인지
관리인들이 게을러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고 녹이 슬고...
전시품에는 곰팡이가 피고.... 잡초가 무성하고....
푸석푸석... 해져 윤기가 사라진 미당 문학관 뜰에 서서
한일합방으로 나라가 망하자 탄식하며 자살했던 이 땅의 마지막 선비
매천 황현의 절명시 한 구절을 떠올린다.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