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편백 숲 속을 걷다.
어제 밤에 늦게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인지 온 식구가 늦잠을 잤다.
한가로운 크리스마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길을 나섰다. 그저 바람 쐬러...
발 가는대로 바람이 부는대로... 나선 길.
황룡강 송산 유원지 - 월야 - 장성으로 넘어선다.
길에서 요월정 1 Km라는 표지판이 지나간다.
조선 명종 때 공조좌랑을 지낸 김 경우가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기 위해 지은 정자다.
요월정에 올라서면 옥녀봉이 눈에 뜨이고, 황룡강과 탁 트인 들판이 보인다.
정자에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등
명현들의 시(詩)가 현판(懸板)에 새겨 있다.
특히 후손 김경찬(金敬燦)은 "조선 제일의 황룡이라" 현판하여, 나라에서 불러
"황룡이 조선 제일이면 한양은 어떠한고" 하니 "천하에 제일입니다"고 대답하니
"그러면 중국의 장안은 어떠한고?" "만고 제일입니다"라고 대답하여
화를 면했다는 일화가 전해 오고 있다.
본래 정자 밑으로 황룡강이 굽이쳐 흘렀으며,
백일홍과 노송으로 둘러싸여 절경(絶景)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황룡강과 들판을 내려다 보고 선 요월정.
하서 김 인후를 배향하고 있는 필암서원
국내 최대, 최고의 인공조림지 축령산.
<남부군>, <내 마음의 풍차> 등 많은 영화에 나왔던 금곡 마을
축령산 중턱에 앉아있는 세심원. 우리 시대의 한량, 변 동해 선생의 산채(?)다.
세심원 마당의 장독들과 창 밖 풍경.
내 집 처럼 들린 그 집에서 만난 이가 차를 주었다.
다시 축령산을 넘어 돌아오는 길.
푸른 산소의 소나기를 맞고 싶을 때 나는 언제나 축령산엘 간다.
황룡강 전적지에서 만난 저녁 노을. 동학군의 핏빛 처럼 온하늘이 붉었다.
귀로에 책방에 들러서 알랭드 드 보통의 책 2권을 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