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마을

김 광균의 눈에 관한 시, 2편

소한재 2007. 12. 31. 11:52

장곡천장에 오는 눈

 

찻집 미모사의 지붕 위에

호텔의 풍속계 위에

기울어진 포스트 위에

눈이 내린다.

물결치는 지붕지붕의 한끝에 들리던

먼- 소음의 조수 잠들은 뒤

물기 낀 기적만 이따금 들려오고

그 위에

낡은 필림 같은 눈이 내린다.

이 길을 자꾸 가면 옛날로나 돌아갈 듯이

등불이 정다웁다.

내리는 눈발이 속삭어린다.

옛날로 가자. 옛날로 가자.

 

 

 

눈 오는 밤의 詩

 

 

서울의 어느 어두운 뒷 거리에서

이 밤 내 조그만 그림자 위에 눈이 나린다.

눈은 정다운 옛 이야기

남 몰래 호젓한 소리를 내고

좁은 길에 흩어져

아스피린 분말이 되어 곱-게 빛나고

나타샤 같은 계집애가 우산을 쓰고

그 우를 지나간다.

눈은 추억의 날개 때 묻은 꽃다발

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고

공원의 동상 위에

동무의 하숙 지붕 위에

카스파 처럼 서러운 등불 위에

밤새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