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재(笑閑齋)일기

다용도 탁자

소한재 2008. 6. 2. 07:45








공방 구석에 잘못 만들어 버려진 놈(?)이었다.

열심히 사포질을 했더니 금방 새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불로 그을리는 재주는 없어 목원에게 부탁을 했다.

동백 기름을 먹였더니 색깔도 더 진해지고 기품이 살아났다.

 

사이즈가 어정쩡해서 무엇으로도 마땅치 않은 놈이었지만

그 어정쩡한 사이즈 때문에 뒤집어 엎으면

아무 데서나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오동나무와 백송인 지라 우선은 가벼워서 쉽게 옮길 수 있다.

노트 북을 올려놓고 책도 펴 놓고 ... 책상으로 써도 좋을 것 같고

두 세 명이 둘러 앉아 밥 먹을 땐 식탁으로도 괜찮을 것 같고

두 세명이 둘러 앉아 차 마실 때도 좋을 것 같고,

심심해서 책 읽을 때도 좋을 것 같고...

벽에 붙여 두고 간이 콘솔이나 진열대로 써도 훌륭할  것 같고

엉덩이를 붙이고 두 세 명이 앉는 벤치로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아무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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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 탁자 위에 놓인 이상한 나무 가지가 뭐냐고 묻는 이들이 가끔 있다.

그건 붓글씨를 쓰다가 붓을 잠시 내려놓을 때 붓을 기대놓는 필가다.

아무 나뭇 가지 하나를 주워와 만든 것인데... 장식 소품인 줄 아는 이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