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爐邊情談)

미황사 괘불제에서

소한재 2008. 10. 19. 16:05







 


미황사(美黃寺)는 땅끝, 달마산 기슭에 누워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올해로 9번째 괘불제가 열렸다.

올해는 지난 20여년 동안의 중창 불사를 마무리하는 회향제로 치루어졌다.

 

120여년 전, 미황사 스님들과 군고단이 불사를 위한 시주를 모으러 나섰다가

청산도 앞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때죽음을 하는 참극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로 40여명의 스님이 있던 미황사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폐사처럼 남아있었다.

1989년 금강 스님이 처음 이 절을 찾아오면서

이 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창 불사가 시작되었다.

금강 스님은 올해, 그 불사를 마무리하면서 그 때 청산도 앞 바다에 빠져 죽은 영혼들을

다시 미황사로 모셔오는 회향 의식을 하고 싶었다고 인사말을 통해 말씀 하셨다.

 

1200여년 전 미황사가 처음 열리던 그 날 처럼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범패 음악을 하시는 분들도 모셔오고

건너 진도에서 씻김 굿을 하는 인간 문화재도 모셔오고...

 

저녁 6시 부터 시작된 미황사 산사 음악회는

이름을 알만한 이렇다할 가수 한 사람 없는 음악제였지만

너무나 엄숙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회였다.

미황사 군고단의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으로 그리고 강강수월래로

거기 온 모든 사람들이 손 잡고 함께 춤추는 축제 한 마당으로 끝을 맺었다.

스님도 노래 부르고 춤추고 굿을 하는 한에서 신명으로 이어지는 씻김의 한 판이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별 빛이 내리는 산길을 내려오는데...

어느 방송사가 인터뷰를 하자고 붙잡는다.

 

미황사 뒷 봉우리, 달마봉에서 만난 한 사람은

광주에서 만나 한 잔 하자면서 명함을 내민다.

 

밤길을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소한재에 와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