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괘불제에서
미황사(美黃寺)는 땅끝, 달마산 기슭에 누워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올해로 9번째 괘불제가 열렸다.
올해는 지난 20여년 동안의 중창 불사를 마무리하는 회향제로 치루어졌다.
120여년 전, 미황사 스님들과 군고단이 불사를 위한 시주를 모으러 나섰다가
청산도 앞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때죽음을 하는 참극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로 40여명의 스님이 있던 미황사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폐사처럼 남아있었다.
1989년 금강 스님이 처음 이 절을 찾아오면서
이 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창 불사가 시작되었다.
금강 스님은 올해, 그 불사를 마무리하면서 그 때 청산도 앞 바다에 빠져 죽은 영혼들을
다시 미황사로 모셔오는 회향 의식을 하고 싶었다고 인사말을 통해 말씀 하셨다.
1200여년 전 미황사가 처음 열리던 그 날 처럼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범패 음악을 하시는 분들도 모셔오고
건너 진도에서 씻김 굿을 하는 인간 문화재도 모셔오고...
저녁 6시 부터 시작된 미황사 산사 음악회는
이름을 알만한 이렇다할 가수 한 사람 없는 음악제였지만
너무나 엄숙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회였다.
미황사 군고단의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으로 그리고 강강수월래로
거기 온 모든 사람들이 손 잡고 함께 춤추는 축제 한 마당으로 끝을 맺었다.
스님도 노래 부르고 춤추고 굿을 하는 한에서 신명으로 이어지는 씻김의 한 판이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별 빛이 내리는 산길을 내려오는데...
어느 방송사가 인터뷰를 하자고 붙잡는다.
미황사 뒷 봉우리, 달마봉에서 만난 한 사람은
광주에서 만나 한 잔 하자면서 명함을 내민다.
밤길을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소한재에 와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