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爐邊情談)

군산 근대문화유산 탐방

소한재 2009. 7. 6. 22:17


구 군산 세관 본관.

대한제국 1908년 순종 2년 6월에 만들어 졌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인 혹은 독일 사람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해서 지었다고 한다.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의 하나로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동국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로써 일제 강점기인 1909년 내전불관화상이 개창하였고 대웅전은 1913년에 창건되었다. 당시는 금강사라 했으나 해방 후 김남곡 스님이 인수하여 동국사라 이름 지었다. 이 동국사는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된 그들의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땅에 정착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근대문화유산이다.



구 히로쓰 가옥

이 주택이 위치한 신흥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 군산시내 유지들이 거주하던 부유층 거주지역으로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주택이다. 이후에 호남제분 이 용구 사장에게로 명의가 넘어가 오늘날 까지 한국제분의 소유로 되어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 많은 드라머와 영화가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




이 영춘 가옥

일제 시대때 군산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했던 일본인 대지주, 구마모토 리헤이가 지은 별장주택으로 일년에 봄철과 추수철에 농장을 방문할 때 임시 거처로 사용했던 별장 건물이다. 양식과 한식 그리고 일식 등 여러가지 건축 양식이 절충된 다양한 양식적 특성을 띄고 있다. 해방후에는 우리나라 농촌 보건 위생에 선구자였던 쌍천 이 영춘 박사가 거주하면서 이영춘 가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아름다운 건물 외관으로 인해 <빙점>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 많은 영화와 드라머의 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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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과거의 도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목포, 강경이 그랬듯이 군산 또한 일제 때 지금 보다 훨씬 잘 나가던 도시였다.

백리 벚꽃길로 유명한 전군(전주-군산) 대로 또한 우리로서는 아픔의 길이다.

김제 평야의 쌀을 실어내기 위해 건설한 당시의 고속도로였던 셈이다.

일본으로 식민지의 물자들을 일본으로 빼내가는 창구 같은 도시가 바로 군산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목포나 군산에서 그 시대의 잔영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우울한 과거의 그림자들이고  

일본인들로서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일 것이다.

구 군산세관 본관, 구 조선은행, 내항 부잔교(뜬다리부두), 동국사 대웅전,

구 히로쓰가옥, 해망굴, 구 군산시 제3청사, 구 군산부윤관사, 구 장기18은행,

임피 역사, 구 시마타니 금고, 이 영춘 가옥, 군산제1수원지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 조선은행 건물은 나이트 클럽으로 개조되어서 사용되다가

지금은 버려진 채 유령의 집 처럼 방치되고 있었다.

구 군산부윤 관사는 고깃집으로 간판이 건물의 반을 가리고 있었고

원형을 되돌릴 수 없을 지경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폐가 처럼 버려져 있기로는 이 영춘 가옥이나 구 히로쓰 가옥도 마찬가지였다.

 

김 영삼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 우리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돔을 잘라내 끌어내렸다.

여러 가지로 잘 못된 일들이 많지마는 나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그렇게 부숴버린 것은

역사에 대한 소아적 화풀이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건물이야 그렇게 부숴버리면 눈 앞에서 사라지겠지만

그런다고 있었던 아픈 역사가 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건물에 그런 식으로 화풀이를 한다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픈 과거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런 현장이나 건물들은 소중히 보존되어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여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강제로 빈민가를 철거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자신감 부족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하늘을 찌르는 스카이 스크랩퍼 밑에는 빈민굴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세상은 천국도 아니지만 지옥도 아니다.

그 천구과 지옥이, 그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나는 건강한 도시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