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마을

오늘 새삼 가슴에 와닿은 이 외수의 시 두 편

소한재 2022. 2. 8. 03:39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 이외수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 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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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