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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풍경들나를 슬프게 하는 풍경(들) 2008. 10. 19. 17:01
그래도 허물어져 가는 유서 깊은 고택을 나랏돈을 들여서 깨끗하게 수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당 앞에 농기구들이 방치해 놓은 마음, 사당 앞에 야자수가 서있게 한 마음은 누구였을까?
크라운 제과 창립자의 생가라는데... 시커먼 샤쉬 문하며 마구 주칠을 한 기둥들 하며 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이야 전봇대로 잇빨을 쑤시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그 오랜 세월의 무게를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고 마구 허물어져가고 있는 고가 하나.
이 옛 집이 이고 있는 세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손 볼 수 없을 정도로 이 고가는 낡아 있었다.
이 집도 본래는 제법 격식을 갖춰서 지은 한옥이었던 듯하다. 띠살문과 격자 유리 창의 생경한 동거와 하얗게 분칠한 벽면이 나를 슬프게 한다.
고삿길 옛담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편리한(?) 시멘트 담으로 땜빵을 했다. 아, 아름다운(?) 편리의 승리여.
이 집의 곳간채 지붕은 편리를 쫓아 개량(?)을 했다. 개량인지? 개악인지? 난 개악에 한 표...
상당한 규모의 고가였는데 행랑채는 이렇게 흉물스러워 졌다. 그렇다고 이 댁 주인의 한심한 안목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저 고가의 대문을 눈여겨 본다. 쇳소리나는 철문과 이상한 지붕 그리고 그 앞에 선 비닐 하우스... 편리와 아름다움은 이렇듯이 공존하기가 조화롭기가 어렵더란 말인가?
골목길에서 만난 마삭줄에 단풍이 곱게 들었다. 늘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람의 손이 가고 나면...
열린 대문으로 들여다 본 어느 집. 징검다리 처럼 놓여있는 시멘트 블럭들이 보는 것과 사는 것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었다.윤 두서 고가가 있는 백포리를 돌아보면서 나는 슬펐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 너무나 추악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런 기분은 비단 이 마을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성주 한개 마을에서도 그랬고 나주 도래마을에서도 그랬다. 나를 슬프게 하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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