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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와 운정의 사랑을 읽다노변정담(爐邊情談) 2010. 3. 31. 11:31
요즈음 한가할 때 청마 유치환의 서간문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읽는다.
청마 유 치환과 운정 이 영도와의 러브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새삼스러울게 없지마는
사람에 따라서는 '세기의 불륜'로 혹은 '지고의 프라토닉 러브'로 제각각 해석되겠지마는
요즈음 내가 새삼 놀라는 것은 한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갈망이 어쩌면 이렇게도 간절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20년이 넘게 매일 한 통씩 연애 편지를 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마는
어쩌면 하루 같이 그 마음이 이렇게 간절할 수가 있는지.........
사랑하면서도 딸 하나를 가진 미망인었기 때문에 청마가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정운의 고뇌도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읽혀진다.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두 사람 모두에게 문학적 자양분이 되어 주고 있었다.
여기 몇 편의 시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읽어낼 수 있다.
청마의 시, <그리움 1, 2>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밤 비
해지자 흐리더니
너 그리움 처럼 또 비 내린다.
문 걸고
등 앞에 앉으면
나를 안고도 남는 너의 애정
-유 치환-
별
가슴 저미는 쓰라림에
너도 말 없고 나도 말 없고
마지막 이별을 견디던 그 날 밤
옆 개울물에 무심히 빛나던 별 하나!
그 별 하나이
젊음도 가고 정열도 다 간 이제
뜻 아니도 또렷이
또렷이 살아나....
세월은 흘러가도
머리칼은 희어가도
말끄러미 말끄러미
무덤 까지 따라올 그 별 하나!
-유 치환-
오면 민망하고 아니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이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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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인 양 오붓하고
실실히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이 영도의 비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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