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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원이 엄마의 편지와 귀래정에서의 추억노변정담(爐邊情談) 2012. 3. 1. 08:14
원이 아버지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 여의고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움이 끝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데리고 당신을 그리워 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뿐이지만
아무리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서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 임세권(안동대 사학과 교수) 풀어 씀 -
60년대 귀래정 모습. 중학교 때 저 모래펄로 소풍을 갔던 추억.
"저 하늘 태양은 빨갛게 불타고..."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대로 걸어도 돌아서지 않는... "
그 당시 유행가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면서 살고 있을까?
31살 꽃다운 나이로 요절한 남편의 관 속에 넣어준 원이 엄
자기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만들어 함께 넣어주었다
저승길에 신고 가라는 것인지
한국판 <사랑과 영혼>으로 이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여러번 TV에 소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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