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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와 있는 이별 序, 1, 2, 3, 4.(이 정하)詩人의 마을 2022. 2. 10. 21:44
저만치 와 있는 이별 序 ---이정하
모든 것의 끝은 있나니.
끝이 없을 것 같은 강물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들도 끝은 있나니
또 마땅히 그래야 하느니
청춘도 그리움도 세월도
그리하여 우리의 삶마저도...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네
돌아보면 저만치 와 있는 이별,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아 나는 애써 외면하고자 했네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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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와 있는 이별 1
하루에 한 시간씩 덜생각하자 합니다
하루에 한번씩 덜 떠올리고자 합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그 한번으로 인해
내 목줄이 얼마나 조여지는지를,
그 한 시간으로 인해
내 목숨이 얼마나 단축되는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당신이 내게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살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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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와 있는 이별 2
면목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내내 나를 밀어내는
그 이유를 모르지 않기에
더 면목이 없었습니다.
사랑한다 말하고 싶지만
차마 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더욱더 면목이 없었습니다.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했었다고 하지만
자신은 괜찮으니 어서 떠나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던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내게 한없이 기대게 해놓고 이제 와서,
염치없게, 당신을 두고...내 초라한 뒷모습
차마 마저 보지 못하고
고개 떨구던 당신이여,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 두지 않는 법이라며
눈물보다 더 슬픈 미소를 짓던나의 작은 새여.
내 그대의 상처를 품어주지도 못하고
세상의 거친 바람을 막아주지도 못하고
나만 훌쩍 자리를 피해야 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플 염치조차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그 길에 하늘은 있었지만 하늘이 없었고,
별이 떠 있었지만 그 별 또한 없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보냈지만 나는 없었습니다.
이 지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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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와 있는 이별 3
세상 살아가는 일이 다 슬픔을 수도하는 일이 아닐까.
잠은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꿈을 꿔도 꾼 것 같지 않고,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아무런 감흥이 없는 요즈음,
슬픔이라는 화두만 붙잡고 살았네.
내 살아가는 동안 슬픔은
아무리 단련되어도 능숙해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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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와 있는 이별 4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다
문득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요 며칠, 해가 떴는지 바람이 부는지
도통 몰랐습니다.
어둠만 있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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