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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노변정담(爐邊情談) 2007. 1. 20. 03:18
금성산성에서 내려다보면 호숫가에 소박한 두 채의 집이 그림 처럼 앉아있었다.
늘 그 집이 궁금했다. 어디로 가면 저 집에 닿을 수 있을까?
늘 그 길이 궁금했다. 토끼 길 처럼 이어지는 그 길이 어디서 시작되는 지는
위에서 내려다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오늘 탐험하는 기분으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갔다.
맞은 편에서 차라도 온다면 비킬 수도 없는 아슬아슬한 길이 꼬불꼬불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람도 거의 없는 너무나 호젓한 길이다. 산을 하나 넘었다. 호수가 차 허리를 파고 든다.
물 빛이 하늘 빛이다.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산그늘이 내려앉은 길 위엔 아직도 잔설이 하얗게 쌓여있다.
더이상 차를 끌고 가는건 무리다 싶어 차를 세운다. 그리고 걸어간다.
저 모퉁이를 돌면? 저 모퉁이를 돌면? 시점이 있으면 종점도 있기 마련...
금성산성 서문 밑에서 그 길은 끝이 났다.
숲 속에 멋진 정자가 나타난다. 아니 이런 곳에 왠 정자일까?
망향비가 옆에 서있다. 망향정이다.
지금은 이 물 속에 잠긴 고향을 둔 사람들을 위한 정자였다.
마침내 찾아낸 물 가 그 집은 버려진 원주민의 낡은 집이었다.
사람이 떠나고 버려진 폐가. 바로 근처에 허물어진 무덤들...
깊은 산중이라 대낮에도 으시시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그림 같은 집이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공포 영화 세트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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