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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카페에서노변정담(爐邊情談) 2007. 8. 22. 18:49
자동차 소음을 걷어낸 풍경은 그래도 괜찮아 보이네.
십 년 넘게 들고 다니는 가방. 쌈지에다 특별주문했던 것인데 이젠 많이 낡았으나 손때가 묻어서 정이 가는..
더위를 가려줄 푸른 그늘이 있다는 건 회색의 도심에서 얼마나 대단한 축복이랴?
Y를 만나러 테헤란 벨리를 가다.
근처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한담을 나누다.
프랑스에서의 노천 카페는 낭만적이었는데
서울의 노천 카페는 시끄럽기만 했다.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나를 감동케한 것은
샹제리제 거리의 화려한 쇼우 윈도나
라데빵스의 초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아니었다.
같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값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 부러웠다.
프랑스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마시는 자리에 따라서 값은 제각각이다.
카페 밖 길 가 노천에서 마시는게 제일 비싸고
카페 안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마시는 게 중간이고
바텐터와 마주 서서 마시는게 제일 싸단다.
거기에다 그 집이 이브 몽땅이라든지, 시몬느 보봐르라든지...
그런 유명인사가 즐겨 찾던 집이라면
커피 값은 덤블링 선수 처럼 수직으로 튀어 오르고
그가 또는 그녀가 즐겨 앉았던 자리라면 커피 값은 또 한번
천정부지로 널뛰기를 한다는 사실 앞에 전율했다.
보이지 않는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반사적 영광(?)에 돈을 지불하기로 묵시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본 시민들
그런 프랑스 사람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비우는 사이
어제 일처럼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카페 문화를 모르고 프랑스를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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