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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作人間消費者(소비자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차 한잔의 단상 2008. 3. 13. 03:42오늘, 소비자로 내가 겪은 우울한 자화상 2개
“머슴이 주인 보다 늦게 일어서야 되겠느냐?” 며칠 전, 아침 7시 반에 열린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우리나라 공무원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관공서 벽에는 흔히 이런 글귀가 걸려있다. <공무원은 국가 제일의 公僕이다.> 한 마디로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이라는 말이다. ‘주인인 국민은 생활하기가 너무 어려워 잠이 안오는데 머슴인 공무원은 때가 되면 어김 없이 봉급이 나오니 잠만 잘도 잔다. 10조 들어가기로 한 사업이 30조 40조가 들어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직자가 없다.'
(우울한 자화상-1)
지난 토요일, 현대자동차 진월동 대리점에서 새 차를 사기로 했다. 지난달에 생산된 차여서 20만원을 할인해주고 대리점에 전시했던 차라고 30만원을 더 깍아 준다고 했다. 그 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두암동 대리점에 전화 확인 까지 하고는 2월 14일 날 출고된 새 차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알려주었다.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 계약금도 주었다. 13년만에 새 차를 사게 되었는지라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관련 서류는 월요일 날 건네주기로 했다.
월요일, 구청에 가서 관련 서류를 발급 받았다. 그 때 영업사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단히 죄송한데 자기가 실수를 했단다. 그래서 할인해주기로 한 30만원을 할인해 줄 수가 없으니 3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인 즉 그 차가 대리점에 2월 말 까지 입고된 것이어야 추가 할인해 줄 수 있는데 뒤에 확인해보니 3월 4일자로 입고된 것이어서 그 3일 차이 때문에 약속한 30만원을 깍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계약 당시에는 그런 단서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 그러면 우리가 보는 앞에서 그 대리점에 전화해서 확인한 것은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계약을 했는데 그 계약서에 한 사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추가로 30만원을 더 내야 한다니. 그렇다면 계약이 왜 필요한가? 약속의 안정성을 위해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계약을 잘 못 했으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은 계약을 잘 못한 당사자가 지는 것이 상식 아닌가? 스스로도 자기가 실수를 했다고 말하면서도 그가 한 실수에 따른 책임 30만원은 내가 몽땅 짊어지라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 계약을 하고 계약금 까지 지불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자기 실수라면서 왜 내가 책임을 져야하느냐니까 정말 죄송한데 어쩔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날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영업소장에게 이야기해서 30만원 중에서 15만원을 대리점이 부담하기로 했으니 15만원만 더 부담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영업사원은 이런 말도 했다. “빨리 사시지 않으면 이 조건으로 차를 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내 귀에는 협박하는 듯이 들려 기분이 몹시 나빴다. 2700만 원짜리 차를 15만원 때문에 안사기도 그래서 기분은 나빴지만 그냥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쪼르르 달려가기도 자존심 상해서 그 날은 일부러 안 갔다.
그 다음날은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고 그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에 갔다. 그리고 관련 서류를 넘겨주었다. 그 자리에서 영업사원은 새로 작성한 견적서를 내게 주었다. 나는 계약이란 공적인 약속인데 또 다시 빌 공자 空約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재차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써준 새 견적서를 그냥 받아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계약 당시에 주었던 견적서와 비교해 보았더니 15만원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21만 6천원이 추가되어 있었다. 오후에 그 쪽으로 지나갈 일이 있어서 필요하다는 인감도장도 찍어주고 왜 15만원이 아니라 21만 6천원인지도 알아볼 겸해서 대리점에 다시 갔다. 내가 들렀을 때 담당 영업사원은 외출 중이었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 영업사원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왜 21만원 6천원이 추가되었는지를 물었더니 말을 교묘하게 둘러대면서 변명만 되풀이해서 늘어놓는다. 그래서 ‘그러면 오늘 아침에 적어준 그 금액이 내가 부담해야할 돈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사실은 대리점에서 10만원을 부담하고 영업사원 본인이 5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자기가 부담해야할 5만원을 자기가 깜박 잊고 그대로 더하고 그러고도 남는 16,000원은 찻값이 20만원 추가되면서 세금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정말 어의가 없었다. 영업사원의 실수로 계약 바로 다음날에 소비자인 내가 15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 것을 그러마고 했는데 자기가 부담하기로 한 5만원에 세금 16,000원을 한 마디의 사전 설명도 없이 슬며시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그걸 따져 물으니까 말을 돌리다가 마지 못해 자기 실수라는 인정하는 태도란 도대체 무엇인가? 내 입장에서는 자기가 부담하기로 한 돈과 세금을 슬그머니 올려놓았다가 내가 별다른 말없이 결제하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고 따져 물으면 그 때 가서 실수라고 둘러댄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700만 원 짜리 차를 팔면서 영업사원이 내게 보여준 그런 행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쾌하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그 영업사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일 때 실수이지 두 번 세 번 거듭되는 것을 실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대리점의 다른 동료 영업사원들 조차도 두 번이나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는 것을 인정했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영업사원에게 차를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안 산다. 그동안의 처사로 봐서는 위약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마땅하나 그렇게 까지는 안 할테니 내가 지불한 계약금과 관련 서류들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 뒤에 영업소장이라는 사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사죄하면서 마음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
(우울한 자화상-2)
얼마 전에 내가 쓰고 있는 휴대폰의 통신회사, KTF에서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자사 서비스를 이용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 그 감사의 의미에서 무료로 새 휴대폰을 오늘 안으로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구형 휴대폰이라 여러 가지로 불편하던 참이라 스스로 보내준다는 공짜 폰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휴대폰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우리 집의 큰 놈 것이다. 내가 쓰던 휴대폰을 아내에게 주고 큰 놈 명의로 산 휴대폰을 내가 쓰게 된 것이었다. 쓰면서 보니까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이라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그래서 내 명의를 바꾸고 싶었다. 명의 변경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통신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상담원과 직접 통화하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였다. 상담원과 직접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끝도 없이 돌아가는 녹음 테이프 소리를 들어야 했다. 30분, 40분을 붙들고 씨름을 한 끝에서야 겨우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상담원은 ‘번거로우시겠지만 원래 주인인 큰 아들과 내가 해당 전화국 고객센터 까지 직접 나와야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집 큰 놈은 지금 군 복무중이다. 그러니 함께 같이 갈 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동사무소에 가서 군 입대 증명서를 떼오면 가능하단다.
그래서 동사무소에 가서 입대증명서와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물어물어 해당 전화국을 찾아갔다. 고객 센터 여직원은 ‘만에 하나 나중에 성인인 내 큰 아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원래대로 명의를 바꿔준다’는 조건으로 명의를 바꿔 주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명의 변경에 대해 아들이 이의를 제기할리도 없지만 ‘알았다. 혹 그런 일이 생기면 얼마든지 다시 명의 변경을 해주겠다’고 말해 주었다. 한참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그 여직원이 난처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요 고객님의 경우에 새 휴대폰으로 바꾸신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명의를 변경하시려면 가입비 3만원을 내셔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명의 변경 방법에 대해 상담원과 이야기할 때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그렇다면 상담원이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고 물었다. 고객 센터 여직원은 ‘상담원들은 그런 사실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지금 가입비 30000원을 내시고 명의 변경을 하든지 아니면 3개월 뒤에 다시 와서 하던지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일부러 시간을 내서 아까운 기름 날려가면서 전화국 까지 물어물어 찾아온 나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휴대폰 담당 전문 상담원이 알지 못하는 내용을 소비자가 어떻게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 아둔한 내 머리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새 휴대폰도 내가 바꾼 게 아니고 자기들이 고맙다고 스스로 보내줬으면서 그것 때문에 명의 변경이 안 된다니????
주인이라는 국민이 우리나라에서는 머슴인 듯 보이더니 왕이라는 소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힘 없는 백성인 듯 보인다. 梅泉 황현은 그의 마지막 절명시에서 難作人間識字人, 글 읽은 사람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고 절규하더니 우리나라에서 소비자 노릇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더란 말인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통신회사 고객센터에서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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