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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유도공원(사진은 모셔온 것임)
    노변정담(爐邊情談) 2008. 10. 13. 22:11








     

    지금 영등포구 양화동 양화선착장 일대의 260년전 경관이다.
    (이곳에 선유봉이 있었는데), ..관악산과 청계산의 서쪽 물과 광교산, 수리산, 소래산의 북쪽 물을 몰고온 안양천이 산자락을 휘감으며 한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붓끝처럼 솟아난 산봉우리였다.
     
    지금 이 그림은 안양천 건너 염창리 쪽에서 본 시각으로 그려져 있다.

    ..큰 양화나루 쪽 한강은 먼 경치로 처리됐는데 돛단배 두 척이 아득히 떠가고 강 건너 멀리로 남산이 솟아 있다. 모래밭에 버들숲이 우거지고 마을 뒤편에도 키 큰 버드나무가 서 있어 버들꽃 피는 양화나루를 실감케 한다.
     
    동아일보사 간, 최완수 저, [겸재의 한양진경] 중에서

     

    (50여년 전의 선유봉 사진)


    '신선이 노니는 곳' 이었던 시절의 선유봉은 한강의 아름다운 정취와 서울의 산자락을 바라 보는 경승지였다. 예로부터 번성했던 양화나루와 강 건너 망원정, 마포의 잠두봉을 잇는 한강의 절경으로서, 조선시대에는 중국 사신들 사이에 "조선에 가서 양천현(지금의 양천구  일대)을 보지 못했다면 조선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한강 일대의 빼어난 풍광을 지닌 곳이기도 했었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진 겸재 정선의 작품 중, 한강과 서울 인왕산 일대의 모습을 담은 <경교명승첩>을 보면 선유봉의 절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부드럽게 솟은 봉우리, 그 무릎에 올라앉아 멀리 망원정과 양화정을 바라보는 정자, 그리고 들고나는 황포돛배의 유유자적한 흥취가 그림에서 물씬 배어난다.

     

    선유도의 일출과 낙조, 강 너머 인왕산과 남산의 풍채, 그 위로 덮힌 하늘지붕... 선조들은 꿈에 보았던 '무릉도원'을 선유봉에서 찾았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선유봉도 불운했던 한국의 현대사를 비켜 가지 못하여 1920년대 대홍수 이후로 제방을 쌓고, 여의도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선유봉의 암석들이 마구 채취됨으로 인해 선유봉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마침내 사람들에게도 잊혀지게 되었다. 신선이나 노닐 듯한 그 아름답던 봉우리가 개발논리에 밀려 무참하게 파괴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픈 기억을 속으로만 품고 살았던 선유도가 1978년부터는 정수장이 되어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물만 나른다. 그렇게 23년 동안 섬 아닌 섬으로 지내고 나서 2001년 월드컵을 앞두고 예전의 푸른 섬, 그 동안의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한 '생태테마공원'이라는 새로운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의 뛰어난 아름다운 정취는 간 곳이 없어 아쉽지만 지금은 남겨진 정수장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 안에, 풀과 나무와 흙과 물과 바람을 담아 지난 시간 기억의 편린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생소한 어울림이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을 전하려는 흔적이 담긴 모습으로부터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또한 젊은이들은 선유도 공원에서 지난 날 신선이 노닐 던 모습의 정취는 아랑곳 않고 그저 현재의 생태테마공원이라는 분위기에 빠져들어 연애나 즐기고 사진이나 찍는 한량과 같은 생활만 즐길 것이 아니라 한강 주변의 과거와 현재의 정취를 비교하며 자연친화적 개발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공부가 아닐까 싶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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