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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선 고한규 가옥옛집을 찾아가는 길 2009. 8. 2. 09:33
뜻 밖의 만남. 이 집을 만나게 된 것은 의도되지 않은 만남이었으니 뜻 밖의 만남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고한규 가옥. 나는 이 땅의 잘 생긴 한옥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번 여행은 나의 답사 여행이 아니니 한옥을 찾아볼 계획은 아예 없었다. 허나 눈 앞에 잘 생긴 한옥이 있는데 안보고 갈 수야 없지 않은가? 1805년에 중수한 흔적이 있다니 최소한 200년은 넘은 집이다.
ㄷ 자형 본채에 ㅡ 자형 사랑채가 결합된 튼 ㅁ자형 집인데 토방이 매우 낮은 땅집이다. 낮은 토방, 낮은 기둥 외부로의 폐쇄성 등이 이 집의 특징으로 보인다. 이런 특징들은 모두 이 집이 앉아있는 정선 땅의 풍토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돈이 없어서 나무가 없어서 이렇게 지은 것은 아니라는 말씀. 이 곳은 강원도 오지 산골이라 겨울에는 춥고 눈이 많이 온다. 효율적인 난방을 위해 집을 낮게 그리고 밖으로는 폐쇄적으로 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니라 산골에 잔뜩 웅크린 집이 되었다. 산이 높으면 사람도 집도 작아보일 수 밖에 없다.
제주 고씨의 중시조가 낙향하여 이 집을 지을 때 집 옆에다 뽕 나무 두 그루를 심었는데 그 뽕나무가 지금은 아름드리 거수가 되어 보호수가 되었다. 허긴 나 스스로도 이렇게 큰 뽕나무는 처음 본다. 이 나무는 지난 세월 동안 담 너머로 이 집에서 일어났던 기쁜 일 슬픈 일을 모두 지켜 봤을 것이다. 저 뽕나무의 나이테 속에는 이 집의 내력이 한 켜 한 켜 쌓여있을 것이다.
근심(?)을 풀려고 허겁지겁 들린 정선군청 해우소. 이 산골 소읍 관공서 화장실에 최고급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것만도 황감한데 토요일 오후에 한가함에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까지. 참으로 여유 있고 품위 있는 근심풀이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도 확실히 잘 사는 나라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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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및 현황)
이 집은 제주고씨 23대손 고학규의 가옥으로 낙향한 중시조가 세운 가옥이라 전하며 1805년에 중수한 흔적이 있다.
원래는 연면적이 200평이 넘는 큰 가옥이었다고하며, 한동안 부속채들이 없어지고 훼손도 심한 상태였으나 문화재 지정과 함께 잘 정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높아진 주변 환경 때문에 가라앉아 보이나, 이 지역 양반가옥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구성을 하고 있는 가옥이다.
ㄷ자 형태의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가 이어진 ㅡ자의 평면이 안마당을 중심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튼 口자 형태의 평면을 이루고 있다. 건물과 담을 적절히 배치 연결하여 각 공간의 독립성을 잘 보이고 있다. 출입문도 건물 한쪽 끝으로 구성하였고 건넌방과 문간채 사이에 판벽을 설치하여 안마당의 독립된 공간성을 잘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옥에서 특이한 것은 마루의 구성이다. 안채의 마루 위치와 구성도 특이하며, 커다란 대청없이 툇마루 위주로 구성된 사랑채의 평면도 반가(班家)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사우방이 한데 붙어 T자로 구성된 사랑채의 평면과, 같은 높이로 처리하며 팔작지붕과 박공지붕을 연결한 조형도 흔한 예는 아니다. 안채 부엌에 붙은 정지방의 툇마루와 안방 뒤에 설치된 툇마루는 후원과의 이용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높이로 설정된 각 채들의 다양한 지붕구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1921년 이후 몇 번의 중수를 거쳤으며 1999년 안채와 사랑채를 전면 해체보수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출처 : 정선 고한규 가옥글쓴이 : 소한재 원글보기메모 :'옛집을 찾아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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