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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미술관에서,문향정에서… 춘설차 한잔하는 여유茶情閑談(다실·찻집 기행) 2016. 10. 9. 22:39
의재미술관에서,문향정에서… 춘설차 한잔하는 여유 뉴스일자: 2013년10월11일 10시10분
▲ ⓒ 광주광역시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가을이 마지막 계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속내 깊은 하늘을 점점이 수놓았던 단풍은, 이제 낙엽 태우는 연기가 되어 회색 도시를 커피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시간의 행보는 늘 그렇듯 망설임이 없다. 2010년도 봄의 설렘, 여름의 뜨거움, 가을의 풍성함을 낙엽처럼 털어 버리고, 마지막 잎새라도 되는 양, 달랑 ‘12월’ 한 장만 품고 있다.그럼에도 결코 가벼울 수만은 없는 달, 12월. 연초에 다짐했던 그러나 어찌하다가 결국엔 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획들이 아쉬움으로 남아 마음 언저리를 맴돌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은, 가을의 막바지를 완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 미련 따윈 툭툭 털어버리고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만천하에 제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풍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질 테니까!이번 기행은 “산속에 미술관 있냐. 그 앞에 찻집이 생겼어야~” 일주일에 하루는 무등산에서 보내시는 아버지의 생생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산행 중에도 한 눈을 파는 법이 없는 아버지가, 가던 걸음까지 되돌려서 그 집에 들어 가셨단다, 그것도 혼자서! 예전 같으면 (흙먼지만 씻어내고) 쌩~허니 내려왔을 길인데, 앉아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어찌나 고운지 1분만 더 1분만 더 하면서 앉아있게 되더란다. 그 사이에 달걀을 네 알이나 까먹고 녹차도 사 드셨단다.아버지 말씀에 나는 단박에 증심사 행을 결정했다. 산속에 있는 미술관이면 필시 의재미술관일 것이고, 그 앞에 있는 집이라면 문향정일 터. 내내 문을 닫고 있어서 내심 궁금했는데,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하니 반가움이 앞섰다.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호기심도 생겼다.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바로 증심사 행 시내버스에 올랐다. 도심 안에 산이 있다는 것, 그것도 무등산이 광주 안에 있다는 사실이 살아갈수록 축복처럼 여겨진다. 덕분에 무등산 가는 길은 늘 거리낌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말이다.무등의 풍경은 가을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증심사 가는 산길은 힘겨움보다는 만추(晩秋)의 서정에 푹 빠져들게 했다. 산자락도 계곡도 붉은 단풍, 노란 은행잎으로 물들어 있었다. 의재 미술관 또한 본래의 풍경인 양 차분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 풍경 앞에서 걸음이 절로 멈춘다.예순이 훌쩍 넘은 내 아버지로 하여금 디지털 사진기 조작법을 배우게 한 그 운치 있는 풍광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 순간이 새삼 감흥으로 다가온다. 아마 이쯤 이겠지. 아버지가 서 계셨음직한 자리를 어림잡아서 삼각대를 세웠다. 아마도 이 풍경에 반해서 가던 걸음을 되돌리셨겠지. 셔터를 누르자, 2010년 11월의 마지막 날이 사진 기록으로 남았다.의재 미술관. 건물 자체가 작품스러운 전시관이다. 출입구로 이어지는 마당에는 애기 단풍들이 하늘에서 갓 떨어진 별처럼 누워 있고,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유리 외벽에는 무등산의 만추가 드리워져 있었다. 입장료는 2천 원.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사방이 유리벽인지라 바깥의 풍경이 건물 안에서는 전시된 또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마치 병풍을 세워둔 것처럼 말이다. 야트막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남종 문인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무등산을 삶의 기반으로 삼았던 의재 허백련. 때문에 무등산 곳곳에 선생의 혼이 살아있는 것이다. 미술관 앞 문향정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옛날에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의 실습장이었던 문향정. 한때 춘설차 시음장이었다가, 올 8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예술가들이 직접 공예수업도 하고, 무등산에서 재배된 춘설차(茶)를 파는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 ⓒ 광주광역시
무엇보다도, 바깥에 의자를 내어두고서 누구나 쉬어가라는 배려가 정겹다. 문향정 역시 미술관처럼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인다. 안이고 바깥이고 가림이 없으니 시야가 시원스럽다. 때문에 건물 안에 있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곳에서 등산객들은 내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따끈한 춘설차 한 잔으로 산행의 고단함을 풀고 가고, 산책을 겸해서 문향정에 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소박한 간식거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고소한 녹차붕어빵과 녹차 물에 찐 달걀을 두고 천원의 행복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문향정 오른편에 놓여있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풍광이 펼쳐진다. 길도 하늘도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풍광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포근포근하게 밟히는 은행잎 길을 따라가다보면 단아한 풍채로 지어진 집 한 채가 나온다.춘설헌이다. 춘설헌에서 앞서 걸어온 오솔길을 돌아다보니 이런 세상에, 별천지가 바로 무등이었구나! 어느덧 볕이 기운다. 겨우 4시건만 산속인지라 해님이 머무는 시간이 짧다. 무등산에서, 문향정에서 그렇게 만추의 서정을 누렸던 시간들... 2010년 늦은 가을날의 이야기다, 풍경이다.■ 글=조소영, 사진=김상민(프리랜서)대중교통 이용 안내▶증심사 행 시내버스 : 9번 35번 50번 51번 54번 76번 387번▶지하철 1호선 증심사 입구 하차 후, 증심사 행 시내버스 (15번 27번 52번 555번 771번 1001번) 환승 가능.
의재 미술관▶무등산 증심사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입장료 : 성인 2천 원 청소년 1천 원(장애인 및 6세 이하 65세 이상 무료)▶문의 : (062) 222-2034 / 문향정 (062) 222-3029 (오전 9시~오후6시)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gwangju.go.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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