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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글은 최근에 고창 여행을 다녀와서 고창군 홈 페이지에 쓴 의견이다.*
최근에 고창 모양성과 선운사를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운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국 어느 유명한 사찰을 가도 그 입구에 기념품 가계가 즐비하지요.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그 기념품이라는게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습니다. 심지어는 담양 죽물박물관 안에 있는 기념품가계에는 값싼 중국산 죽제품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 수입해온 조잡한 관광기념품이 우리의 관광지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조잡한 제품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기념품으로 오해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선운사면 선운사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들이 많아야 할 텐데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선운사 앞에는 고창의 특산품을 파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매점이 있었습니다. 좀 더 개선해야할 점은 많은 듯이 보였지만 그러한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풍천 장어를 사왔습니다. 어디에서도 장어는 살 수 있겠지만 풍천 장어는 고창 풍천에만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과 관련해서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상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세기는 모두들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선운사 입구의 부도밭에 서있는 추사가 쓴 白坡 선사비를 볼 때 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 훌륭한 비문을 탁본해 정교하게 인쇄해서 판다면 기꺼이 사올 것 같은데... 지금은 새로 지은 집 분위기와 너무 안어울려 오히려 고소를 금할 수 없지마는 그 글씨만은 너무나 멋진 원교 선생의 靜窩(고요한 집)이라는 뜻의 편액의 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글씨의 사본을 팔면 그것은 선운사에서만 살 수 있는 문화상품이 되지 않을까요? 탁본 자체를 팔면 더욱 좋겠지만 계속 탁본을 뜨는 것이 문화재 보호에 문제가 된다면 탁본을 떠서 탁본 원본과 구별이 되지 않을만큼 정교하게 인쇄해서 그 사본을 팔아도 좋겠지요.
전에 해인사엘 갔더니 팔만대장경의 탁본을 팔더군요. 해남 대흥사(지금은 대둔사로 이름이 바뀐)에는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차를 선물 받고 그 답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써보냈던 茗禪을 차보로 만들어 팔더군요. 그런 것은 대흥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살 수도 없고 살 수 있어도 그 의미가 많이 반감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 절필을 지금 대흥사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기는 하지마는.(심지어 대흥사 박물관에서 조차도 그 글씨를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 명선헌 안주인에게 들으니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다고 하던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고장의 특산품 판매나 홍보에는 꽤나 열심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그 보다 훨씬 쉽고 부가가치가 더 높을 수 있는 문화상품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도솔산은 너무나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멀리 제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에서 온 단체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도솔산이 창출해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될까요? 그 아름다운 산 자체가 돈을 쓰게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장사를 제대로 못하면 찾아온 사람들은 반갑잖은 쓰레기나 버리고 가지요. 산수유꽃으로 유명한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 주민들의 호소는 차라리 애원에 가까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님이 아니라 웬수지요. 그 손님을 고객으로 만드는 것도 애물단지 웬수(?)로 만드는 것도 하기 나름이겠지요.
절 입구에 서있는 미당의 시비에서 보여지는 육필 원고 같은 것도 좋은 소재가 되겠지요? 지금 짓고 있는 미당문학관과 연계시킨다면 더욱 좋을 것이구요.
그리고 모양성 안팍의 조경은 별로이더군요. 성과 자연은 우리의 것인데 조경 방식은 서구적인 것이어서 개발의 편자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밖을 따라서 심어진 선홍빛 철쭉 같은 거 말입니다. 지금은 모양성이 고창 사람들의 시민공원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같은데서 흔히 보는 정원(조경) 있잖아요. 그런 정원은 서구적인 고속도로에는 어울릴 수 있어도 소나무밭이 장엄한 우리의 전통적인 성인 모양성과는 어울리기가 근본적으로 쉽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양성에서 건너다 보이는 향교 건물이 꽤나 그럴 듯 해보여서 찾아갔는데 막상 차를 몰고 찾아나서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더군요. 물어보았더니 주민들도 잘 모르더군요. 결국 30여분 헤메다가 포기하고 돌아서야했습니다.고창군 홈페이지에서는 나오는데 관광객이 인터넷을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는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현재는. 그리고 고창의 지석묘군(고인돌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구요. 참으로 장한 일이지요. 전남 화순군에도 고창 못지 않게 많은 고인돌들이 있지요. 그런데 세계문화유산 등록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관광객들에게 그리고 주민들에게 이것이 왜 그렇게 대단한 문화유산인가를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일반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은 그게 무엇인지 그게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는지를 얼마나 아신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고인돌밭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옵니까? 설령 오면 얼마나 머물다가 가십니까? 제 짐작으로는 5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마 자연석과 고인돌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백명의 다섯명도 안될 것입니다. 고인돌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중요하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사람들이 느끼게 하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런데 흔히 보년 우리의 지방자치단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사실만 강조합니다. 그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감동할 수도 없고 왜 중요한 것인지를 느낄 수도 없습니다.
두서 없이 생각나는대로 아끼는 마음에서 몇자 적었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전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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