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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저산 꽃이 피니...살며 생각하며 2009. 4. 25. 02:29
가끔 가는 한정식집이 있는데 그 집 이름이 <남도의 향기>야.
전라도 손맛의 음식도 일품이지마는
이 집 사장이 들려주는 소리가 일품이야.
어제 저녁에는 단가 <사철가>를 들려주었는데
옛날에는 저걸 무슨 재미로 부르고 무슨 재미로 듣나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소리가 가슴에 찌르르하게 와닿는 걸 보면
확실히 나이 들긴 들었나 봐.
시내에서 20년 이상 국악학원을 운영하던 여자인데
소리 하나는 끝내 주게 잘해
입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 맛에 자꾸 그 집을 가게 되는데
각설하고 그 사철가를 여그서 들려줄 수는 없지마는
가사만 한번 들어봐도 우리 나이에는 뭔가 와닿는게 있을 거 같아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찾아냈다.
전라도에 살면 이런 단가 하나쯤은 단박에 풀어놓을 수 있어야 하는디...
아시다시피 나는 짜가(?) 절라도라서 아즉은 흉네도 못 내네..
영화 <서편제>에서도 김 명곤이 눈 먼 송화를 끌고 다니면서
이 사철가를 연습하는 대목이 기억나는구나.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사는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萬飯珍羞)는 불여생전(不如生前)에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이 대목이 특히 좋더라 나는....
<단가>
단가는 본격적인 판소리 창을 하기에 앞서 부르는 짧은 노래를 가리키는데,
허두가, 초두가, 단가,영산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단가라는
명칭으로 널리쓰이고 있다.
현재 단가는 40여가지가 되는데, 이 중 [진국명산], [죽장망혜], [운담풍경],
[편시춘], [장부한], [초한가], [홍문연], [적벽부], [사철가], [사창화류],
[백발가], [한로가], [효도가], [호남가], [강상풍월],[고고천변],[녹수청산],
[백구가] 등이 널리 불린다. 장단은 대부분이 중모리 장단으로 되있다.
<사 철 가 >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 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어~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 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허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 생전의 일배주 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덜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註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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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날: 오늘
綠陰芳草勝花時: 푸르게 우거진 나뭇잎과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꽃보다도
좋은 때. 곧 여름을 가리킴.
寒露朔風: 차가운 이슬과 차가운 북풍
황국(黃菊): 노란 국화
낙목한천(落木寒天):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하늘.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달빛도,눈빛도 온 세상도 모두 하얗다.
북망산천(北邙山川): 무덤이 있는 곳. 죽어서 가는 곳. 본래 북망은 중국 낙양의
북쪽에 있는 구릉 지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황토로 되어 있으며, 한 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역대 왕들의 무덤이 많았음.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滿盤珍羞 不如生前
一杯酒): 죽은 뒤에 상에 가득한 좋은 음식이 죽기 전의 한 잔 술만 못함.
끝끄터리에다: 맨 끄트머리에다국곡투식(國穀偸食):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음.
거들먹거리고: 신이나서 도도하게 함부로 행동하고
단가를 부를 때는 고수의 북장단만 있으면 되니 쓰인 악기는 소리북이며
요즘 텔레비젼에 조상현 명창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시더군요.'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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