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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음악회(노는 음악회)와 새해 맞이 파티작은 행복의 발견 2010. 1. 1. 22:31
한 해의 마지막 날. 눈이 내렸다. 이름 그대로 서설이다.
일찌감치 택시를 타고 갔다.
올해의 송(신)년 음악회는 이례적으로 저녁 9시 반에 시작해서
11시 반쯤에 끝났다.
<새해맞이 노는 음악회>라는 타이틀 그대로 오페라나 뮤지컬 중에서 춤추고 술 마시고 노래하는
즐거운 파티 장면에 나오는 아리아나 서곡들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막을 연 콘써트는 <투우사의 노래> <윌리엄 텔 서곡> <축배의 노래> <샴페인의 노래> <오펜바흐의 캉캉>을 거쳐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맘보>로 휘날레를 맺었다.
샴페인의 노래는 거나하게 술이 취한 상태에서 말도 트고 우리 뽀뽀나 할까? 그런 가사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는 로비에서 있을 파티에서 새 해 첫 순간에 키스할 거니까 미리 연습하는 차원에서 옆 사람과 키스하라는 설명이 있자 청중들의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지휘자의 말대로 정말로 앙코르곡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듯
앙코르는 휘날레곡 레오나르도 번스타인의 맘보를 연주하면서 군데 군데 청중들이 맘보를 크게 외치는 것으로 끝났다.
보통 콘써트에서 맨 뒷 줄의 타악기 주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는데
오늘은 타악기 주자들이 무척 바쁜 날이었다.
대부분의 곡들이 신나고 빠른 곡이라 다른 주자들은 숨 넘어갈 듯 정신이 없었지마는.
콘써트가 끝나고 난 다음 바로 콘써트 홀 로비에서 제야의 밤 음악 파티가 열렸다.
술과 떡이 깔리고 금방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시향 단원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신나는 뒷풀이 파티였다.
먼저 오늘 출연했던 테너 이 장원이 이태리 가곡, <오 솔레미오>를 부르자
마이크를 잡은 지휘자 구 자범이 한국판 태양의 노래라면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그 것은 바로 송 대관의 <해뜰 날>이었다. 로비를 메운 청중들이 끝도 없이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를 불렀다.
새해에는 정말 쨍하고 해 뜰 날만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콘써트 홀 안에서의 송년 음악회가 1부라면 로비에서의 신년 파티는 2부였다.
무대와 객석이 사라지고 무대복에서 평상복 차림의 주자들과 성악가들과 청중들이 하나가 된 즐거운 파티였다.
새 해 10초 전 부터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새해가 열리는 그 첫 순간에 폭죽과 함께 폭포 처럼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새해의 첫 순간에 키스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아내에게 새 해 첫 키스를 선물할껄. 바보.
피아노 치는 광주 시향의 상임 지휘자 구 자범. 그는 독일 하노버 국립 오페라극장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던 젊은 실력파 지휘자다.
오늘 출연했던 성악가들. 소프라노 박수연, 소프라노 석 현수, 테너 이 장원, 바리톤 김 재섭.
소프라노 석 현수
소프라노 박수연
로비에서의 파티는 청중 중에서 끌려나온 한 학생과 함께 전 출연진과 청중들이
지휘자 구 자범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다함께 <사랑으로>를 합창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음악과 함께 행복한 새해의 첫 순간이었다. 즐겁고 신나는 음악회였다.
올 한 해도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한 해였으면...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간절한 기도다.
끝나고도 사인을 조르는 청중들 때문에 나는 지휘자와 새 해 인사의 악수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기 드문 지휘자다.
새 해를 맞는 아내의 미소.
얼어붙은 눈 때문에 계단이 미끄러워 손을 꼭 잡고 내려왔다.
늦은 밤 거리. 그래도 쉽게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한 참은 걸을 각오를 했는데.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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