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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 겨울 그리고 오는 봄(무등산 계곡)
    살며 생각하며 2006. 2. 18. 23:30

    햇살이 좋길래 딱히 정한 곳도 없이 산책을 나간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닿은 곳이 수많은 무등산 계곡 중의 하나인 용연마을. 거기 나의 애마를 세운다. 제2수원지가 있는 용추 계곡은 전에 가본 적이 있으니 오늘은 그 반대편 곰적골을 걸어보기로 한다.

     

    하얗게 내리는 햇살, 옷 깃을 파고 드는 바람 속에는 봄이 느껴진다. 파아란 하늘. 장엄한 솔밭...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저 구비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또 저 구비를 돌면? 구비구비 계곡 속으로 사라지는 길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스팔트길, 시멘트 길, 흙길...

     

    걷다가 쳐다본 하늘. 언 땅이 녹아 푸석푸석해진다가 두껍게 쌓인 낙엽 때문에 푹신푹신 발밑에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럽다. 토요일이건만 인적 하나 없는 길이다. 드문드문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빛바랜 등산로 표시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쉬면서 보니까 꽃망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낙안읍성 근처 금둔사에는 가장 먼저 핀다는 올매가 피지 않았을까?

     

    제법 아우성치면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 잔설과 얼음이 가는 겨울에 대한 마지막 몸부림양 나무 가지를 붙잡고 있다.

     

    졸졸졸... 봄의 계곡물 소리는 그래야 어울린다.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면서 콸콸콸... 물소리는 그렇게 크고 우렁차다. 봄은 그렇게 내 생각보다 먼저 와있었다. 물가 바위에 앉아 소리치며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는다. 커피 한잔 생각이 간절했지마는 빈 손으로 나선 길이라 어쩔 수가 없다.


    딱히 어디 까지 가자고 정해 놓은 길도 아니니까 너럭 바위가 좋아도 앉아 쉬고 계곡물이 좋아도 앉아쉬고 숨이 차도 앉아 쉬고... 오르다 보니 작은 폭포와 바로 2-30여평 반석이 펼쳐지는 탁족하고 놀기에 딱 좋은 곳이 있었다. 내 눈에 좋은 곳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이어서 여기저기 소주병과 맥주병이 나뒹굴고 있다.



    우리의 발걸음은 너릿재 옛길로 이어진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너릿재 옛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그 길에서 무등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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