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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학교를 못 가겠다며 울고 불고하는 바람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아파서 죽겠다는데 엄마는 걱정도 안하고 학교에 보낼 생각만 한다는 것이 불만의 핵심이었다. 덩치만 컸지 철이 안난 녀석 같으니라고. 결국 내가 태워서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시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아침의 소동은 일단락이 되었다.
공자가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증자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공자가 증자에게 "선왕께서 지극한 덕과 요령 있는 방법으로 천하의 백성들을 따르게 하고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셨는데, 네가 그것을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증자는 공손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불민한 제가 어찌 그것을 알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무릇 효란 덕의 근본이요, 가르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내 너에게 일러 줄테니 다시 앉거라.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다. 무릇 효는 부모를 섬기는 데서 시작하여 임금을 섬기는 과정을 거쳐 몸을 세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 이야기는 《효경》의 첫 장인 〈개종명의(開宗明義)〉장에 나온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혼자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을 아낀들 아무리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하다고 해도 자식이나 부모를 위해 대신 아프거나 죽을 수는 없다. 그 지극한 마음이야 차라리 대신 아파주고 싶고 대신 죽고 싶지마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은 그렇게 본질적으로 독립적이고 고독한 존재다. 이 세상에 올 때도 누구와 손잡고 오지 않았듯이 저 세상으로 갈 때도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물건들 다 두고 빈 손으로 그렇게 가야한다. 그래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지 않던가? 身體髮膚受之父母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효의 기본은 우선은 건강한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부모 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의 극치로 생각한다. 오죽하면 자식이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고 했겠는가? 우리 옛 어른들은 부모님 상을 당하는 것을 天崩 또는 天崩之變이라고 표현했는데 부모에게 자식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이상일 것이다. 그러니 건강하지 못하다면 최소한 아프지 말아야 한다. 누가 대신 아플 수도 없는 몸. 자신의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말 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리 미리 챙기고 예방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부모님을 위해서도 그렇다.
저 꽃다운 나이에 허리가 아프다니... 병원 앞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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