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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를 얻어타기 위해 열심히 손을 들면서...
    살며 생각하며 2005. 12. 5. 21:25

    길에 차고 넘치는 게 차이건만 막상 내가 쓸려니 마땅이 이용할 차 한 대가 없다.

    어제밤 눈 때문에 중간에 차를 버리고 온 탓에 오늘 아침 학교에 가려니 차가 없는 것이다.

    칼바람 속에 눈길을 걸어가기도 어렵거니와 구두를 차 안에 두고 온 지라 마땅히 신고 나갈 신발도 없다.

    오늘 시험이야 목요일에 보기로 했으니 안 나가도 되지마는

    그래도 월요일이고 일도 밀려있고... 가기는 해야겠는데....

     

    우선 최우선적으로 차 부터 가지고 오자.

    누구 거기 까지 차를 태워다줄 사람이 없나를 생각해 보았지만

    하나 같이 차가 없는 사람들만 생각난다.

    차가 있는 사람은 거기 까지 태워다 달라고 말하기에 부담스러운 이들이고

    그런 사정은 아내조차 마찬가지인 눈치...

     

    택시를 타고 가든 걸어가든 버스를 타고 가든... 일단 나가자

    체인도 벗기고 해야하니 허름하면서도 두툼한 옷으로 무장을 하고 나갔다.

    신호 대기로 서있는 차 문을 열고 좀 태워줄 것을 부탁했더니

    선선히 타라고 한다. 우리 대학 앞 로터리 까지는 쉽고 편하게 갔다.

     

    다시 남평 방향으로 가는 차를 얻어타기 위해 손을 들어본다.

    무심하게 그냥 스쳐지나가는 차들...

    결국 시외버스를 탔다. 그랬더니 동네 앞에 있는 검문소 앞에 내려 주는데

    거기서 내 차가 있는 가스충전소 까지는 길을 건너서 왔던 방향으로

    한참이나 되돌아 와야 한다. 걸어도 걸어도 가스충전소는 아득하기만 하다.

    다시 손을 들어 차 얻어타기를 시도한다. 한참만에야 다시 성공.

     

    바람 부는 겨울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미끄러운 길... 휑- 휑 - 지나가는 차 바퀴에서 튀기는 흙탕물도 피해야 하고...

     

    차를 얻어타면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고급 승용차일수록 태워줄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장 잘 태워주는 것은 트럭이다. 그 다음이 짚차고 그 다음이 승용차 순이다.

    고급 승용차일수록 찬 바람 속에 걸어가는 이웃 보다는

    자동차 안을 더럽힐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듯이 느껴졌다.

    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준다고 어려운 사람들 사정은 어려운 사람들이 알아준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나눠먹고 네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다.

     

    부자들일수록 잘 난 사람들일 수록 이웃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듯이 느껴져 씁쓸했다.

    부자 마을이나 잘 난 사람들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기억은 나만의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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